[아산 둘레길] - 외암마을 둘레길
- 10월 15일 화요일 9시
- 경로 : 행정복지센터 - 온양천 수변길 - 산막골 - 외암마을 = 유턴 - 행정복지센터
전날까지만 해도 오전 9시까지만 비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당일엔 둘레길 걷는 내내 축축하게 가을비가 내렸다.
부슬부슬 추적추적 가랑가랑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하면서 하염없이 내리는 빗속에
군데군데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이따금 반은 잠기면서 건너느라 신발이 젖고,
사진 찍는다고 우산 밖으로 팔을 내밀어서 옷소매와 앞섶도 젖고,
비 온다고 모자를 쓰지 않은 내 머리도 그럴 때마다 맞게 되는 비에 축 내려앉는 날이었다.
내가 지난달까지 운동하러 다녔던 행정복지센터가 오늘의 집결지였다.
그새 더 누레진 벼이삭들이 황금 들판을 이루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설화산은 구름이 감싸 안았다.
밭과 들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가지는 굵은 편이고, 흔히 붉은빛이 돈다.
잎은 타원처럼 생긴 피침 모양으로 크고 꽃이 아래로 처져 달리는 점이 특징이다.
오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새들.
올해 벼멸구 피해가 심하다더니 벼멸구 피해를 본 논은 이렇게 갈색빛을 띠고,
그렇지 않은 논은 이렇게 황금빛을 띤다고 한다.
두 논의 색깔이 이렇게 대비된다.
뿌리가 무척 쓰며 전통 한방에서 자주 사용되는 약초인 익모초는 여성 건강에 특히 좋다고 한다.
익모초는 더위를 먹었을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시원하고 달콤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을 식히고 피로를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지금은 풀꽃들도 단풍 드는 때. 자줏빛으로 물든 미국가막사리.
도꼬마리도 노랗게 물들었다.
`도꼬마리'란 이름은 열매가 옷에 잘 달라붙는 특성 때문에 붙은 이름이
변하고 변하여 최종적으로 도꼬마리로 되었다고 한다.
아산 당림미술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날, 혼자서 당림미술관에 갔었다.입구에 막 도착했을 때 호출 전화가 왔고,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섰다.혼자 들어가기 좀 그렇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얼씨구나 하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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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가 어마무시하다.
어린 날에 먹어본 무척 썼던 탱자맛이 떠오른다.
탱자의 향기는 퍽 좋다.
어떤 이는 허브향처럼 좋다고 하고, 어떤 이는 느끼한 냄새라서 별로라고 한다.
나는 후자.
들깻잎의 단풍도 제법 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조금 더 지나면 이파리들의 수분이 말라가며 점점 얇아지며 더 누런 단풍이 들더라.
외암마을 뒤편으로 내려가게 되는, 저 멀리 안갯속에 폐교인 서남대학교가 보이는 지점인
이곳에서 누군가가 따온 으름열매를 생전 처음 먹어보게 되었다.
달콤한 바나나 맛을 기대했던 내 입맛엔 실망스러운 맛이었다.
씨를 씹지 않고 그냥 삼켜야 한다는데 씨를 오드득오드득 씹어먹어서일까?
떫은맛이 입안에 가득 찼고 목구멍까지 떫은 듯했다.
덜 익어서 그런 맛이 나느냐고 물었더니 원래 그런다네.
요즘의 좋은 먹거리에 너무 익숙해진 입맛 탓일까, 아무튼 이제 으름 열매에 대한 호기심은 충족되었다.
여뀌는 어린 날에 들판에서 흔하게 보았던 풀인지라 여뀌 꽃을 볼 때면
어린 날에 보았던 시골 들판 풍경이 떠오르곤 한다.
프랑스자수로 밤색 실을 이용하여 단풍 든 여뀌를 수놓은 것을 보았는데 참 예뻤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꽃이라 이름표 달지 않는다.
아산 외암마을 건재고택에 들르게 되었다.
중문채에 있는 추사 김정희 친필의 현판.
일로향각(一爐香閣) : 하나의 마음을 화로에 넣고 담금질하여 향기를 만든다.
건재고택에도 감나무가 몇 그루 있었고 떨어진 감 몇 개를 주워와 맛볼 수 있었다.
외암마을을 돌다가 돌담 위에 올라가 끝에 가위가 달린 긴 장대로 감을 따고 있는 어르신과 마주쳤다.
아직 홍시가 되지 않은 감을 우릴 거라며 따고 있었는데
저기 익은 감이 있어요, 하고 말했더니 눈치 빠르신 어른이 그 감 몇 개를 따서 주어 맛보았다.
감 받아 들고 어린아이 마냥 천진난만해지는 마음으로 기쁘게 달려가게 되었다.
사실 집에 시골 시댁에서 가져온 홍시가 냉장고에 들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둘레길 걷기를 하며 조금씩 맛보게 되는 감은 또 다른 재미라고나 할까.
나무에서 잘 익은 감을 막 따서 먹는 달콤한 맛은 시중에서 사는 감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맛이다.
외암마을엔 집집마다 예사롭게 감나무 한 그루쯤 서 있는 듯하고
고택과 감나무는 참 잘 어울렸다.
꼭 외암마을이 아니어도 농가의 주택엔 감나무가 자주 보였다.
감나무만큼 가을에 아름다운 나무가 또 있을까 싶다.
저 잎 다 떨구고 주홍색 감들만 남았을 때엔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나무!
메타세쿼이어도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아마도 쑥 종류겠지?
단풍 든 바랭이풀에 매달린 수많은 빗방울들이 보석처럼 아름다웠는데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