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노트

전주 - 팔복동 이팝나무 철길

눈부신햇살* 2025. 5. 10. 14:18

언제부터 이팝나무 가로수가 유행했을까?

요즘은 새로 생긴 길에도 어린 이팝나무를 식재해 놓은 것을 자주 본다.

한강변에도 이팝나무 꽃이 한창이라 달리기 할 때 참 좋노라고 작은아들이 말했다.

하얗고 풍성하게 핀 이팝나무 꽃이 무척 예쁘더라고.

 

전주는 한 세 번쯤 오는 곳인가 보다.

40여 년 전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차 왔을 때 덕진공원에 가보았고,

몇 해 전 벚꽃이 흐드러질 때 전주한옥마을에 다녀갔었다.

더 더듬어보면 젊은 날 김제 모악산의 금산사에 갈 때도 전주에 잠깐 들렀던 것 같은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리고 금산사에 갔었다는 기억만 날 뿐 사찰의 모습은 전혀 기억에 없다.

그저 사찰 진입로의 벚꽃길에 벚꽃이 피면 무척 예쁘다는 말만 기억에 남았다.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정보를 보고 찾아간 길이었다.

팔복동은 예전 서울의 성수동처럼 공장지대였고, 그 공장들에 물자를 실어 나르던

철길 양옆으로 오래된 이팝나무들이 나란히 서서 터널을 이뤄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고.

 

모두 나처럼 어디선가 정보를 알아내고 몰려온 것일까.

커다랗고 풍성한 이팝나무가 에워싼 좁다란 철길은 인산인해였다.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 사진 찍기가 불가능했는데

어쩌다 잠깐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이 생기면 잽싸게 한 장 찍으며 쾌재를 부르곤 하였다.

그래도 사람은 자주 찍혀 어떤 사진은 지우기 기능으로 지워내야 했다.

 

 

이렇게 풍성하게 수많은 꽃송이를 눈처럼 하얗게 매달고

정말 고봉으로 퍼담은 이밥처럼 보기만 하여도 배부르게 피어나다니.

 

이팝나무의 학명은 치오난투스 레투사(Chionanthus retusa)인데, 여기서 속명 치오난투스는 `흰 눈'이라는 뜻의 `치온(Chion)과 `꽃'이라는 뜻의 `안토스(Anthos)'의 합성어로 하얀 눈꽃이라는 의미가 된다. 영어로는 `프린지 트리(Fringe tree)'로 가늘고 하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연상했는지 `하얀 솔'이라는 뜻이다.

서양인들은 이 나무를 보고 낭만적으로 흰 눈이나 솔을 생각했지만 우리 조상들은 하얗게 핀 꽃을 보고도 흰쌀밥을 생각했으니 조상들의 가난이 아프게 느껴진다.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 이유미

 

내비가 이쪽으로 알려줘 이 근처에 차를 세우고 철길 쪽으로 다가갔더니

안내요원이 막아서며 `팔복동 예술공장'을 찍고 철길이 개방되고 있는 그쪽으로 가란다.

 

 

 

팔복동 예술공장 쪽 철길로 넘어왔는데 심각한 주차난이었다.

 

 

 

 

 

 

 

 

 

 

팔복예술공장에서도 어떤 행사를 하고 있는지 북적북적 시끌벅적하였다.

 

 

 

그 철길 말고도 이 일대가 온통 오랜 이팝나무 천지였다.

참 아름다운 오월의 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 시댁 마당에선 작약이 꽃망울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사진은 다음날인 일요일에 찍었더니 한 귀퉁이에 햇빛이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