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잔치
어느 볕 좋은 날엔 오전 맑은 햇살 아래 엄마랑 봄나물을 캤다.
개망초, 지칭개, 뽀리뱅이, 가는잎왕고들빼기, 민들레 등을 섞어 캐고 있을 때
운동 나온 행인들은 그냥 지나쳐가지 못하고 질문을 퍼부어댔다.
그거도 먹는 거예요? 걔는 이름이 뭐예요? 어떻게 해 먹어요?
과장 조금 섞어서 한 열다섯 명이 물어보았나 보다.
나중엔 이제 그만 그냥 지나쳐 가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는데
그중에 어떤 여인과 남자는 아예 우리 옆에 착 붙어서 이러쿵저러쿵하였다.
그들은 호기심을 품은 호의였지만 그런 호의가 끊임없이 계속되니 나중엔 지치게 되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 사람들은 나물 캐는 모습이 무척 신기한가 보았다.
이곳 아산에서 나물을 캐고 있으면 나물 캐고 있나 보다 하며 그냥 지나쳐 가고,
또 사실 인적도 뜸해서 나물 캐는 나를 볼 사람도 몇 명 될까 말까 한데
인구 밀도 높은 서울에선 나물 캐는 우리를 본 사람이 어림잡아 70여 명은 될 것 같다.
모두들 부지런히 오전 운동을 나온 것이다.
그중엔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 인솔하고 나와 줄 맞춰 지나가며
"봄나물 캐는 거예요." 하며 아이들에게 우리를 설명해주기도 하였다.
봄에 볼 수 있는 봄풍경 중의 하나라는 뜻이겠지.
나물이 얼마나 지천이던지 두 시간가량 캤는데도 커다란 대야로 하나 가득 되었다.
나는 나물을 분리해서 나물 종류대로 삶고 무쳐 먹었는데 그 모든 나물을 한꺼번에 데치고 무쳐도
여러 가지 맛이 어우러져 더 맛있다는 것을 올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막 캐어다 데쳐 된장 고추장에 마늘 매실액 깨소금 참기름 식초 살짝 넣고 무쳐 먹는
새콤 달콤 쌉싸름한 봄나물의 맛이 어찌나 좋던지 내년에도 또 나물을 캘 것만 같다.
서울에 간 지 6일째 되는 날 집으로 돌아오려는 오전에 작은시누이로부터
현관문 열어보라는 문자 하나를 받았다.
집에 돌아와 확인해 보니 스티로폼 박스 하나 가득 봄나물이 들어 있었다.
내가 봄나물이라면 끔뻑 죽는 줄 어떻게 알았을까?
시골집에만 가면 머위나물과 돌미나리를 캔다고 돌아다니는 걸 보고 알았나.
귀하고 맛난 두릅은 꽤 많아 보여 깜짝 놀랐으나 데쳐 놓고 보니 그리 많지 않아 보이지만
남편과 내가 네댓 끼 먹을 분량이다.
소금물에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먹으며 연신 맛있다 감탄.
작은시누이가 무척 예뻐 보이는 날이었다.
스티로폼 상자에 두릅을 밑에 넣고 신문지로 한 켜 깐 다음에 엄나무 새순을 넣었으니
스티로폼 상자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꽤 많은 양의 이 엄나무순이었다.
묵나물로 엄나무순나물을 먹어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생으로 먹는 것은 처음인데
시누이가 해 먹었다는 방식 그대로 소금물에 데쳐 소금 마늘 깨 갈아 넣고, 들기름이 없어 참기름 넣고,
감칠맛 나라고 참치액젓 조금 넣고 무쳤더니 엄나무순나물의 다른 이름은 개두릅이라는데
그냥 두릅나물 뺨치게 맛있어서 남편과 둘이서 연신 맛있다며 감탄하며 먹었다.
그러니까 두릅은 두릅대로 맛있고, 엄나무순은 엄나무순대로 맛있고.
나무에서 막 따온 것이라 꼭지 부분을 다듬으니 자줏빛 살짝 도는 하얀 껍질이 저렇게 많이 나왔다.
속초에서 온 나물들이라고 한다.
내가 서울에 가서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던 일요일에 남편이 시댁에 가서
친척뻘 이웃에게 받아온 엄나무순은 조금 더 자라 있길래 억셀 줄 알고 따로 데쳤으나 이것 역시 부드러웠다.
봄나물 좋아하는 엄마에게도 드리려고 조금 덜어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캤던 혼합 봄나물 얼린 것도 냉동실에 있으니 한동안은 봄나물 잔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