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느긋하게

연둣빛 숲길에서 연둣빛으로 마음을 물들이며

눈부신햇살* 2025. 4. 26. 09:11

연둣빛 숲길을 자박자박 엄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지막한 동네 산을 오른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엔 배밭이 많은데,

엄마네 동네도 개발되어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지만

한때 이름난 먹골배로 유명했던 배밭이 조금 남아 있어 4월이면 하얗게 배꽃이 피어나곤 한다.

 

참나무 종류에 축축 늘어지는 꽃들이 한창인 모습을 보고

참나무도 꽃을 피운다는 것을 처음으로 아셨다고 한다.

 

붉은색보다 더 예뻐 보이는 연주황 명자꽃.

엄마가 엄마 휴대폰으로도 한 장 찍어달라고 하시네.

 

귀룽나무 꽃도 한창.

4월 초에 다녀가면서 수많은 꽃망울들을 보고 또 내가 없는 새에 피었다 져버리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4월 중순에 또다시 서울에 와서 만개한 귀룽나무 꽃을 보게 되었다.

 

 

 

딱딱한 나무토막 위에 마치 솜방석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게 엎드려 있는 고양이가 신기하다.

 

 

내 마음까지 연둣빛으로 물들여주는 참 싱그러운 연두의 향연.

연두, 연두, 연두!

좋다, 좋다, 참 좋다!

 

죽단화(겹황매화)

 

 

 

복사꽃

 

 

이 동네에서 30여 년을 사셨어도 봄이면 이렇게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줄 엄마는 몰랐단다.

 

 

흐드러졌다가 이내 땅 위로 쏟아진 연분홍 꽃잎들이 수북이 쌓인 풍경을 보며

한창이었을 때의 벚꽃들을 상상하며 내년엔 그맘때를 잘 맞춰 한 번 와볼까 생각하게도 된다.

 

종지나물(미국제비꽃)

 

덜꿩나무

 

겹벚꽃나무

 

어느 하루 친구들과의 모임에 가는 길에 만발한 겹벚꽃나무들을 보았다.

벌써 겹벚꽃이 피는 시기인가?

 

 

어느 비 오는 날엔 추어탕을 먹으러 갔다.

꽤 거리가 있는 추어탕집에 운동삼아 걸어갈 생각이었으나 생각보다 거센 빗줄기에 차를 끌고 밥 먹으러 갔다.

엄마와 나는 장어구이와 추어탕을 좋아하므로 친정에 갈 때마다 꼭 먹는 메뉴가 된다.

하루는 동생과 셋이서 회를 먹으러 갔으니 주로 물고기 위주로 먹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