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자수(중급과정)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대니얼 길버트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뇌가 집중할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반면 휴식할 때 불행하다고 느낀다."
미용실에서 순서 기다리며 책을 뒤적이다가 이 문구를 발견했다.
휴식할 때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구절은 의아했으나
집중할 때 뇌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에는 100% 공감한다.
하루 중 무의미하게 흩어지는 시간들 속에서 어딘가에 몰입해서 흠뻑 빠졌다가 나오는 순간의
맑고 순수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참 좋다.
그야말로 집중할 때의 행복.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되는 프랑스자수 중급 과정 첫 수업 시간엔 리본자수를 배우게 되었다.
리본으로 라벤더도 수놓고, 장미와 카네이션도 수놓고.
복합사로 바늘 두 개를 사용하여 캐치온 스티치로 꽃송이를 수놓아 보기도 하고.

롱앤숏 스티치로 다른 천에 수를 놓아 오려 붙이는 입체자수를 배워 꽃잎을 만들고,
구슬을 이용하여 도토리도 만들고, 작은 구슬로 비즈 꽃도 수놓고.
테두리들도 갖가지 기법으로 수를 놓고.



선생님께 부탁하여 도안 인쇄된 천을 따로 8장 더 받아 이래저래 무려 11개의 파우치를 만들게 되었다.
그중 선생님이 재봉틀로 박아다 준 9개와

그리고 동기를 잘 만나 지퍼와 지퍼고리, 접착솜을 갖다 주어 일전에 쌤댁에서 보았던 제작 과정을 떠올리며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여 손바느질로 크기가 다른 파우치 두 개를 만들어 보았다.
이것은 내 첫 손바느질 작품이라 내가 가지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내가 마무리한 것.
역시나 이것 만들겠다고 몰입하는 순간이 좋았고, 뿌듯한 성취감도 참 좋았다.
이것저것 갖다주는 동기는 퀼트와 홈패션도 하는 고수 중의 고수다.
이제 고급반에서 또 만나 많은 것을 나누고 함께 하리라.
프랑스자수 수업반 모두가 놀랄 정도로 많이 만든 파우치는
친구들과 둘레길 걷기 회원 몇과 동서와 형님에게
하나씩 선물했고 또 선물할 요량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하이라이트는 중급 수업 과정에 포함된 가방이다.
아쉬운 점은 수만 내가 놓은 것이고 가방은 쌤이 만드셨다는 것이다.
나는 크로스백, 맞은편에 앉는 이는 토트백,
서로 재료들을 주거니 받거니 한 고마운 동기는 아마도 본인이 직접 가방을 만들었는지
요리조리 대답을 돌려가며 수놓은 것을 가져오지 않았다.^^
고수 중의 고수니 아마도 멋진 가방을 직접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아, 프랑스자수 가방은 내 기준 너무 화려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색을 더 수수하게 쓰는 건데 말이다.
여행과 다른 일정으로 폭설 오던 날의 결강 보강까지 합해
남은 두 번의 수업 참석을 나는 하지 못한 채로 한 달 방학을 보낸 다음에
5월에 고급반 신청해서 다시 석 달간 열심히 해보리라.
그동안은 안겨 주신 숙제를 열심히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