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

눈부신햇살* 2025. 1. 26. 11:23

장염으로 일주일 정도 빌빌거리다 조금 나아져서 힘을 낼 겸 신정호에 갔다.
남편은 감기를 한 달 정도 앓고 장염까지 가볍게 앓은 후다.
둘 다 연초부터 비실비실.
 
아직도 우리의 식사는 슴슴하게 고춧가루 들어가지 않는 떡만둣국이나
두부를 부쳐 식사대용으로 먹거나 밥을 먹어도 시금치나물이나 김 같이 맵지 않고 짜지 않은 반찬이다.
요거트에 삶은 계란을 먹거나 죽만 먹다가 떡만둣국을 먹던 어제,
새삼스럽게 먹는 즐거움이 어찌나 크던지.
못 먹어서 몸무게도 2킬로나 빠졌는데 아픈 와중에도 그건 퍽 마음에 들고 좋았다.
이제 완전히 회복되면 체중은 금방 제자리로 돌아가버리겠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컨디션은 좋았다.
호수를 돌고 있는 사람들을 쭉쭉 제치고 나아갔고, 
보폭을 크게 크게 떼며 건강함에 감사하게 되는 날이었다.
호수의 멋진 풍경에도 더 크게 감탄하게 되던 날.
 

 

 

작은시누이 집에는 저수지 위의 가창오리떼 군무를 찍은 자그마한 푸른색 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
아무도, 이제껏 나 말고는 그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렇게 관심을 기울이고 유심히 보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는 
그 멋진 사진의 주인공은 권혁재 사진기자다.
궁금해서 권혁재 사진작가의 책을 사면서 다른 책도 몇 권 샀다.
<담요>라는 멋진 만화책을 발간한 만화가의 여행기와
뒤늦게 김훈의 <허송세월>과 마쓰우라 야타로의 산문집 <일상의 악센트>.
집에 미처 못 읽은 책들도 있는데 또 샀네......
 

같은 도안을 두고도 이렇게나 다르게 수를 놓는다.
어떤 게 내가 놓은 것일 것 같으냐, 어떤 게 제일 예뻐 보이느냐 물었더니
남편이 용케도 내 것을 짚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꼼꼼함에서 나는 한 수 밀린다.
나는 나를 무척 꼼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를 놓다 보니
나보다 한 수 내지는 세 수 이상인 사람들이 수두룩한 게 프랑스자수 수업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