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방

첫눈이 펑펑 내리던 날의 민화 전시회

눈부신햇살* 2024. 11. 28. 08:50

둘레길 걷기 멤버이자 따로 여행의 멤버인 S쌤의 첫 민화 전시회를 보러 갔다.

첫눈이 첫눈 같지 않게 앞을 가리며 펑펑 쏟아지는 날이었다.

배방으로 가는 도로 어디쯤에선 한 치 앞도 안 보이게 하얀 눈이 마구 쏟아져 살짝 무섭기도 하였다.

차들은 도로 위에서 모두 속도를 늦추고 서서히 가고 있었다.

 

 

호서웨딩홀에 주차를 하고 모두 한 차로 옮겨 탄 후 천안시로 갔다.

 

 

 

 

 

 

 

 

 

 

 

바느질에 진심이신 분인가 보다.

 

 

내가 좋아하는 빨강머리 앤 이다. 

제목 또한 무척 마음에 든다.

`사랑이야(너로 태어나서 기쁘길 바라)'

 

 

 

소의 눈망울이 어찌나 맑은지...

털은 또 왜 이렇게 섬세하게 잘 표현했는지...

혀는 왜 또 살짝 내밀고 있는지...

 

 

컵에 담긴 토끼만 빼고 다 구매자가 있다는 표식인 별 스티커가 붙어 있는 작품들이었다.

나는 저 돼지가 컵에 담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소품으로 집에 걸어두면 해학적이라 볼 때마다 기분 좋을 것 같은 느낌.

 

자신의 탄생화인 `벗풀'이라고 한다.

이참에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나의 탄생화는 뜻밖에도 `단풍나무'였다.

탄생석 같은 경우는 월별로 다르던데 탄생화는 일별로 다 달랐다.

 

전시회에서 나와 첫눈 오면 몇몇이 만나기로 했다는 카페에 갔다.

곡교천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였다.

저 숲 속에선 새끼 고라니가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있어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아산에 와서 고라니를 참 자주 본다.

 

카페에서 나올 적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한 언니가 구슬아이스크림 같은 눈이라는 표현을 한다. 캬!!!

오늘 하루 눈의 종류를 다 보여주는 것 같은 날이었다.

진눈깨비가 내리다가 눈보라가 치다가 함박눈이 내리다가 싸락눈이 내리다가

돌아오는 길엔 다시 함박눈이 펑펑 앞을 가리며 내려 멋진 설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날엔 집에 콕 박혀 따뜻한 실내에서

눈 쌓인 창밖의 멋진 설경을 감상해야 제 맛인 데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맞췄다.

눈이 오니까 생각나는 주전부리는 또 왜 그렇게 많던지.

김치전에 막걸리, 뜨끈한 칼국수, 막 끓인 라면 등이 나왔는데

나는 단연코 오징어 송송 썰어 넣고 따끈하게 막 부친 김치전에 막걸리. 으악!!!

 

설경이 멋져짐에 따라 우리의 귀갓길 운전 근심 걱정도 커져만 갔다.

경사 있는 길에서 올라가지 못하고 애 먹고 있는 차를 몇 대 보고 나자  걱정은 더 해졌다.

우리가 차를 주차해 둔 호서웨딩홀에 도착했더니 차는 온통 하얗게 눈을 두껍게 뒤집어쓰고 있었다.

긴 우산으로 대충 털어내고 차를 탔는데 근처에 사는 이가 와서

차의 눈을, 특히 사이드 밀러 있는 쪽의 눈을 섬세하게 털어주어 감동받았다.

 

살살 급브레이크 밟지 않고, 급출발하지 않고, 급커브 틀지 않고

조심조심 운전하여 돌아와 우리의 귀가를 궁금해하는 단톡방에 무사 귀가를 알렸다.

눈으로 인하여 불편했지만 한편으론 눈이 축복처럼 펑펑 쏟아지는 날

멋진 전시회도 보고,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설경도 보고

오래도록 잊지 못할 좋은 추억 하나 만들었다.

 

집에는 또 마침 제주도에서 귤 한 상자가 택배로 도착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