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 농다리·초평호 둘레길
서울에 갈 때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진천을 지날 무렵 농다리를 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저곳에 가보고 싶다고 하는 내 말에 늘 시큰둥하던 남편을 졸라,
드디어 가보고 싶다고 한 지 어언 몇 년 만에 농다리에 가보게 되었다.
둘레길 걷기 회원 중의 한 사람이 언제 몇 명이 모여 함께 가보자고 해서 솔깃하던 차에
어느 블로그에서 보니까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미르309출렁다리도 멋져 보여
농다리도 건너고, 커다란 `생거진천' 글자 아래로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인공폭포도 구경하고,
새로 개통했다는 출렁다리도 건너보자는 마음으로 가게 되었다.
`생거진천'이란 글자를 볼 때면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란 옛말을 떠올리며
요즘엔 생거용인인데...... 라는 농담을 나누곤 하였었다.
농다리로 가는 길엔 우리와 같은 마음의 사람이 넘쳐났는지 농다리 1.2km를 남겨 두고
지독한 교통 체증으로 길 위에서 40여 분 가량을 지체하여야 하였다.
어렵사리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주차장 역시 만차라 저 멀리멀리 제3주차장(제4주차장까지 있다 한다)에 주차하고
벌써부터 뜨거운 6월의 햇살 아래 꽤 먼 길을 걸어 농다리 근처로 와야 했다.


농다리까지 걸어가는 중에 바라보는 키 큰 양버들나무들이 참 멋지고도 아름다웠다.
미루나무는 개화 초기에 유럽에서 수입하여 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버드나무란 뜻으로 ‘미류(美柳)나무’라고 부르던 것이 국어 맞춤법 표기에 맞추어 어느 날 ‘미루나무’가 되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양버들’이란 나무도 대량으로 같이 들어오면서 두 나무의 이름에 혼동이 생겼다. 지금은 포장이 되어 버렸지만 옛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줄기는 곧고 가지는 모두 위를 향하여 마치 빗자루를 세워둔 것 같은 모양의 나무가 양옆으로 사열하듯이 서 있는 길을 어쩌다가 만나게 된다. 이 나무는 양버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루나무라고 알고 있다. 지금의 가로수가 은행나무나 버즘나무인 것과는 달리 개화기의 신작로에는 키다리 양버들이 주를 이루었다.
- 출처 : 다음백과
미루나무를 보면 어릴 적에 배웠던 동요가 떠오른다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걸쳐 놓고 도망갔대요
우리는 `미류나무'라고 배웠는데 지금은 `미루나무'가 되었다.
어린 날 여름방학 책에 꼭 그려져 나왔던 미루나무.
미루나무 몇 그루 그림처럼 서 있고, 붉은 구부러진 길이 있던
평화롭고 정겨운 시골 풍경의 여름방학책 표지가 떠오른다.



왜 벌써부터 더운 이 6월에 시원스럽게 폭포를 가동하지 않았나 의문이 들었는데, 누군가 옆에서 그런다.
오늘이 현충일이라 틀지 않았나 보다고......

농다리를 건너기 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허기를 달래려
푸드트럭에서 녹차호떡과 떡볶이에 슬러시를 마셨다.

든든해진 배에 포만감을 느끼며 농다리를 건너기 시작한다.

진천 농다리는 사력 암질의 붉은 돌을 쌓아서 만들어진 다리로, 28칸의 교각이다. 지방유형문화재로서 길이는 93.6m, 폭 3.6m, 교각 1.2m 정도이며, 교각 사이의 내폭은 80cm 내외이다. 석회 등을 바르지 않고 그대로 쌓았는데도 견고하며 장마가 져도 유실됨이 없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 다리는 고려 초엽 시대의 권신, 임 장군이 놓았다는 돌다리로 규모도 크고 축조술도 특이하다. 정자, 산책로, 초평저수지까지 연결된 수변데크 등이 조성되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신비로운 다리 모양과 주변 풍경이 잘 어우러져 드라마 촬영지로도 등장한다.
- 출처 : 다음백과

건너갈 때는 이 농다리로,

건너올 때는 이렇게 뜬다리로 오게 되었는데, 저 두 분처럼 우리도 물속을 바라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얕은 수심의 물속엔 피라미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다 건너오자 자꾸 뒤돌아보게 되었던 농다리.




나는 키가 작아 여의주를 만질 수 없다 했더니 남편이 여의주 만진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기운을 전해줄 테니 소원을 빌란다.ㅋㅋ

두 개의 다리가 한꺼번에 보이게 나무들 위로 팔을 높이 뻗어 사진 한 장 찍어달랬더니 남편이 이렇게 찍어 놓았다.
사진의 수평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네......ㅎㅎ
아무튼 왼편 - 하늘다리, 오른편-미르309출렁다리.



이렇게 한꺼번에 두 다리가 보이는 지점이 있는데 괜히 부탁했다 싶고......^^




국내 주탑(主塔·주 케이블의 최고점을 지지하는 탑)이 없는 출렁다리 중
가장 긴 충북 진천군 '초평호 미르309'가 올해 4월 12일 개통했다고 한다.
`미르'는 용의 순우리말이며,
초평호 모양이 한반도 지형을 둘러싼 푸른 용의 모습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단다.
진천군은 미르숲과 연결돼 있고, 길이가 309m인 점에 착안해 다리 이름을 이같이 지었다고.
생각해 보니 우리도 제법 출렁다리를 건넌 셈이다.
파주 마장호수 출렁다리를 시작해서,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 대둔산 금강구름다리,
괴산 산막이옛길 연하협구름다리, 장태산휴양림 출렁다리,
논산 탑정호출렁다리,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의 아주 짧은 출렁다리.
많이 건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세어보니 미르309출렁다리까지 여덟 개를 건넌 것인데
기억 속엔 더 많이 건넌 것 같은 느낌인 것은 워낙 강렬한 체험이기 때문인가 보다.
건널 때마다 긴장을 하고 건너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다 건너고 나면 까닭 모를 성취감과 만족감이 올라온다.
고소공포증 있는 내가 해냈어! 뭐, 이런......
여태껏 건넌 출렁다리 중에 가장 흔들렸던 다리이고, 다리 위에 사람 또한 가장 많았던 순간이다.
아마도 건너는 사람이 많아서 더 흔들렸던 것 같다.

다 건너올 무렵에 막 다리로 내려서는 어떤 여인의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초평호 둘레길을 걸어 하늘다리로 간다.



집라인도 탈 수 있나 보다.








이것도 지의류(균류와 조류가 한데 어울려 생활하는 식물의 무리)일까?







다시 푸른 숲을 바라보며 쏟아지는 햇살 아래 주차장까지 걸어가기.
그나마 한 번씩 고마운 산들바람이 불어와 준다.

내 마음도 저 양버들나무들처럼, 그 뒤의 메타세쿼이아처럼,
더 뒤의 녹음처럼 물속으로 풍덩 빠져들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