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린 시월 하순 어느 날엔
분리배출하러 가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꽃향기가 솔솔 풍겨왔다.
어디서 날아오는 걸까? 무슨 꽃향기일까?
두리번두리번.
노란 산국무리가 분리배출장 너머 야산 주변으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산국의 향기가 이리 진하고 향기로웠나.
그 많은 꽃송이 중에서 몇 송이쯤 꺾어도 표 안 날 것 같아 조금 꺾어왔다.
지나칠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감탄하게 만드는 산국 향기.


햇살 좋은 날, 해바라기도 하고 운동도 할 겸
슬렁슬렁 산책을 나갔더니 하천가엔 고마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물을 정화시키는 데엔 고만이어서 `고마운 이'가 줄어들어 `고만이' 고마리가 되었다는 유래도 있고,
꽃의 크기가 작아 고만고만하다는 `고만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언제 이렇게 잎을 다 떨구어버렸을까.
인디언 달력에서 수우족은 10월을 이렇게 표현했다네.
`잎이 떨어지는 달'
그밖에 `큰 밤 따는 달' `배 타고 여행하는 달' 등등......
어쩌다 보니 나랑 딱 들어맞는 달 이름이 되었네.

10월 하순에도 메리골드는 여전히 붉었고,
그래서 시댁에 갔을 때 내년엔 화단에 메리골드를 심어 보는 게
어떻켔냐며 권하게 되었다. 꽃이 정말 무성하게 오래가더라고.
더불어 백일홍도 심으면 좋을 것 같다고.

어린 날에 이 자리공 열매를 보면 꼭 따서 손톱에 문질러 물을 들이곤 했다.
손 한 번 씻으면 금방 지워지는데도 한 번씩 손톱에 문지르게 되더라는.




오가며 보노라면 그 식당 앞엔 늘 차가 만차여서 의아했던지라 어느 날 궁금증을 해소하러 가보았다.
사람이 몰리는 데엔 다 이유가 있구나.
시래기가 하나도 질기지 않고 참 부드러우며, 맛집들은 일단 좋은 쌀을 쓰는지 밥이 맛있고,
코다리 살도 먹음직스럽게 토실했으며 부드러워 먹을 때마다 만족감이 들었다.
시래기 먹자니 일산 집 근처의 구름산 추어탕 집도 떠올랐다.
그 집도 추어탕에 들어간 시래기가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맛있어서
남편과 둘이서 이따금 먹으러 가곤 했었다.
어느 날 지인 몇 명과 함께 그 집을 추천하며 식사하게 되었는데
맛있다며 포장도 해가고 그 후로도 몇 번 더 함께 가게 되었다.
얼마 전 그중 한 언니가 세상을 떠났다.
투병 소식을 알고 있었어도 부고문자는 뜬금없고 슬펐다.
유명 연예인과 이름이 똑같아서 오전에 날아든 낯선 전화번호의 갑작스런 부고문자가 스팸문자인 줄만 알았다.
동명의 연예인도 유방암이라고 했었기에 잘 치료되고 있다더니 무슨 일인가 싶었으며
그 사람 사망 소식을 왜 내게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다.
삭제하려다 불현듯 그 언니의 이름이라는 것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너무나 허망했다.
투병을 시작하고 항암 치료 때문에 빠지는 머리카락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지
밥 먹자는 말에도 다음에 라고 미루며 응하지 않던 언니.
그렇게 흥 많던 언니가 그렇게 쉽게 가버릴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