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인사동으로
병문안과 문상으로 중간에 만난 적은 있지만 딱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것은 무척 오랜만인 우리는 매번 첫 만남의 장소인 종로3가역에서 만나
30년 된 우리 모임의 아지트 인사동으로 갔다.
종로로 가기 위해 전철역으로 가는 길엔 은행나무가 곱게 물들어 있었고,
우리는 항상 이쪽에서 인사동으로 접어들고,
오래된 건물들은 재개발을 하려는지 재건축을 하려는지 텅 비어 있었다.
어쩌다 한 번씩 들어가 보곤 하던 쌈지길은 그냥 통과.
혹시 이것도 김원근 작가의 작품일까?
맨 처음 이런 비슷한 남자의 작품을 대할 때면 마치 건달 같은 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주 보니 이제는 친근하고 무뚝뚝한 인상 속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심성이 숨어 있을 듯 생각되기도 한다.
담쟁이덩굴의 단풍은 곱기도 하지.
여름에 여름대로, 가을엔 가을대로 담쟁이덩굴의 아름다움에 대해 논하지만 항상 뒤따르는 말.
예쁜 만큼 벌레도 끓지.
못 보던 거 아니니?
그때도 저 게 있었나?
글쎄......
이젠 기억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이 아리송송해지는 나이......
경인미술관 앞 개성만두집의 조랭이 떡국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점심은 거기서 먹기로 했지만
이렇게 비좁은 골목을 누비고 헤매고 다녀도 도대체 눈에 띄질 않는다.
한 친구가 휴대폰의 지도를 켜긴 했지만 찾지를 못하네.
나는 어느 가게에 들어가 경인미술관의 위치를 물었는데 바로 코 앞에다 두고 찾는 꼴이었다.
그 조랭이 떡국 집은 맛집이 되었는지 긴 줄이 서 있어서 포기하고
이 골목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인사동 거리를 누비다가 이런 휴대폰 케이스를 샀다.
며칠 만에 넘어져서 왼쪽 모서리 부분이 다 까져버렸다.ㅠㅠ
초상권 침해일까?
한 친구가 한 친구에게 선물한 모자.
점심 식사 후엔 조계사에 가고자 해서 또 한바탕 헤매었다.
조계사를 둘러보고 이번엔 쉽게 인사동으로 돌아왔다.
그새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달이 떴다고 감탄하고,
어르신 지도가 있다고 감탄하고,
송해길이 있다고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