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쁨, 나의 행복
봄엔 남편의 생일, 늦가을엔 내 생일이 들어 있다.
아이들이 축하해주러 오므로 아이들에게 줄 밑반찬 몇 가지를 만들었다.
가을 무가 맛있으니 무 한 개로 무생채를 만들어 나와 큰아들과 작은아들 것, 세 집으로 나누고.
견과류 듬뿍 넣은 멸치볶음, 시골에서 뜯어온 참나물 무치고, 시금치 사다가 무친다.
시골에서 뜯어온 참나물의 양이 시금치 두 단(6천 원)의 양보다 훨씬 많다.
두 나물을 한꺼번에 담았는데 반찬통의 3분의 2를 참나물이 차지한다.
역시나 시골에서 캐온 약도라지도 새콤하게 무쳐서 세 집으로 나누고.
마지막으로 제육을 양념해서 나중에 조금씩 볶아먹기 쉽게 야채랑 함께 담아준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갈 때 며느리가 "반찬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길래
"나는 이런 거 하는 게 기쁨이야." 하니 그 별 것 아닌 얘기에 모두들 한바탕 웃게 되었다.
일찌감치 오전 9시에 출발하여 동생 집에 들러 태우고 내려왔다는데
여행 다니기 좋은 철이라 차가 많이 막혀 오후 1시 반에나 도착했다.
함께 점심 먹고 신정호를 잠깐 걸었다.
큰아들 부부가 다정하게 손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나와 작은아들은 뒤에서 수다 삼매경.
틈틈이 큰아들이 뭐시라 뭐시라 대화에 함께 하고......
집으로 돌아와 서울 봉천동 유명한 빵집에서 줄서서 사 왔다는 케이크의 초를 불고,
며느리가 일산의 유명한 빵집에서 사왔다는 휘낭시에(어찌나 맛있던지...)와 마들렌을 맛보고,
과일을 함께 곁들이며 커피를 마셨다.
차 막힐까봐 서둘러 아이들을 보내고 우리 둘은 작은아들이 사 온 샴페인을 땄다.
저번에 큰아들이 가지고 왔던 치즈도 몇 조각 잘랐다.
용돈까지 두둑하게 줘서 더 신나고(속물 인정!) 참 좋았던 행복했던 나의 생일.
4시 반에 출발했던 큰아들은 서울에 들렀다가 일산 집에 도착하니 8시 반이라고.
아산은 가까운 듯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이렇게 점차로 시들어 가는 꽃.
그래도 이쁘네!
10. 28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