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두물머리엔 처음 가보았다.
양평에 갈 일이 있어 문득 생각해보니 두물머리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큰아주버님께서 군생활을 양평에서 하신 적이 있어 관사에 다녀간 적도 있고,
용문산에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과, 애인이던 남편과, 결혼하고선 시가의 친척들과 오며 가며 자주 보던 강 풍경인데.
어느 해 친정 엄마 모시고 가족끼리 왔을 때도 세미원만 보고 갔다.
길치인 나는 세미원과 두물머리가 같은 곳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가기 전 검색해보니 세미원에 입장해서 배다리를 건너 두물머리까지 갔다 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세미원은 몇 해 전에 봤으니 딱 `두물머리'만 보기로 했다.
연일 미세먼지 짙게 끼어서 먼 산 풍경이 모두 다 실루엣으로 보인다.
요즘 화창한 날이 드물어 땀도 많고 더위도 타는 나지만 맑은 하늘이 펼쳐지는 여름이 더 낫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더워도 생활하기엔 여름이 더 낫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소원나무 앞의 `소원 액자'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둘이서 셀카를 찍으면 늘 조금씩 이상하게 나오길래 돈 내고 사진사에게 찍었더니 돈을 낸 보람이 있었다.
아주 만족스럽게 나와서 역시 다르구나! 생각하게 됐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도 붉게 물들었다.
400년 노거수 느티나무는 잎새를 다 떨구었다.
블로그에서 하도 봐서 처음 본 것 같지 않은 나무. 반갑다.
버즘나무(플라타너스)도 가만 보면 꽤 멋진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수형도 멋지고, 단풍도 멋지지만, 봄에 새잎 돋을 때도 참 멋지다.
게다가 눈에 띄게 마른버짐 같은 수피를 갖고 있지 않은가.
지금 이 계절엔 북한에서는 왜 `방울나무'라고 부르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게끔 방울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날이 포근해서 걸을만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 한강으로 하나가 되는 `두물경'이란 곳까지 가보았다.
두 강이 합쳐지는 두물경이란 표지석 뒤, 한강에 떠있는 섬의 이름은 `족자섬'이라고 한다.
다시 돌아 나오며 보는 풍경들......
어디나 그렇듯이 물가엔 버드나무 한두 그루쯤 꼭 있고,
느티나무 밑에는 사진사도 있고,
버스킹 하는 사람들도 있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친정에 들러 어김없이 장어구이를 배 터지게 먹으며 생각한다.
오늘도 난 과식을 하는구나!
혹여 엄마가 혼자만 맛있게 계속 드시면 이상할까 봐 보조 맞춰 드리느라고
배부른데도 계속 먹었더니 나중엔 머리가 다 아팠다.
왜 엄마들은 자식들에게 무얼 챙겨주는 게 삶의 낙일까?
시어머니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내 김치는 담그지 말라고 당부하는 데도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 암말 하지 말라며
김장김치 한 통과 파김치 한 통을 주신다.
양념 많이 넣는 것 싫어하는 내 식성도 고려하셨는지 깔끔한 맛의 김치가 아주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