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는
한동안 해마다 여름이면 가족 동반 모임을 했던 남편 고향 친구 모임의 친구 아들이 결혼을 한단다.
우리 작은아들과 동갑내기이니 이제 스물일곱 살 난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다.
두 살 터울의 형을 제치고 먼저 결혼하는 신랑은 어렸을 적 기억 속의 꼬마가 아니었다.
인물이 훤해지고 키도 쑥 자라 든든한 사내대장부가 되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한 달여 전 친척 아들의 결혼식이 있던 예식장의 딱 그 홀에서 예식이 거행되었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 방역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되어 홀 입장 인원이 제한되었는데
요번에는 방역 단계가 완화되어 인원 제한이 없어서 홀에 들어가 예식을 볼 수 있었다.
신부의 키가 어찌나 큰 지 170 가까이 되어 보였다.
어릴 적 개구쟁이가 이렇게 커서 결혼을 하니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을까.
행복하게 잘 살으렴!
이번에도 식사는 하지 않고 답례품으로 지난번과 같이 더치커피 세트를 받았다.
그리고 시댁에 도착하니 6시 가까이 되었다.
밭에서 일하고 계시던 어머니, 건강이 안 좋아져서 농사일을 잘 거들지 못하고
집안에서 컴퓨터를 하고 계시던 큰아주버니, 넷이서 저녁 식사를 했다.
지난번에 LA갈비를 재갔더니 어머니께서 잘 잡수시길래 또 재갔다.
어머니가 정말로 맛있었던지 조리법을 다 물어보신다.
원래 뼈에 붙은 살 발라 먹는 것을 좋아하시는지라 취향 저격인 것 같다.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신데도 맛있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시고 잘 잡수셔서
어깨가 절로 으쓱으쓱 기분은 둥둥 떴다.ㅎㅎ
주방 창 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다.
갈 때마다 자고 가라고 하셔서 부담이 온다.
추석에 가서 자고 온 지 얼마 되지 않건만......
자고 내일 낮에 거들 농사일이 또 있단다. 남편이 단칼에 거절한다.
왜냐하면 허리가 다 낫긴 했지만 아직도 무리하면 안 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 좋아하는 골프도 안 치고 있거늘.
농사일이란 게 주로 쪼그리고 앉거나 엎드려서 해야 되는 일이라 허리에 부담이 많이 온다.
그래서 어머니의 굽은 허리를 의학의 힘을 빌려 반듯이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90도 가까이 굽은 허리가 되었다.
손가락은 마디마다 불거져 쫙 펴지 못하는 갈퀴손이 되었고,
양쪽 무릎도 심한 관절염으로 수술받았다.
너무 말라서 허깨비 같은 친정 엄마는 당뇨와 고혈압을 가지고 있지만
다리와 허리가 반듯한 걸 보면 농사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가늠이 된다.
시동생이 일요일에 와서 하겠지만 혼자서 너무 고생스러우니까 거들라는 것이다.
시동생 소유의 저 밭을 팔아버리라고 말했다가 어머니가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서운해하셨다.
자식들 오면 바리바리 싸주는 게 어머니 삶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저 날도 고구마 한 상자와 밤, 쪽파, 대파, 상추, 치커리, 어린 고추, 가지, 팥을 조금씩 바리바리 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