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구절산 구룡사 구절초 구경
개천절 대체휴일이었던 월요일,
출장 다녀오면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꽃인 구절초 축제 안내 현수막을 보았다고 구경 가잔다.
왜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더니 청초하고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아름다움 때문이란다.
7월 초에 수국 구경하러 왔던 공주 유구의 수국정원을 지나 한참을 더 달려갔다.
어디 산속으로 구불구불 들어가길래 이런 깊숙한 산사에서 축제를 하면 사람들이 올까, 했는데
웬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소인지 주차장에 제법 차가 많았다.
주차장가로도 구절초가 만발해서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탄성이 나왔다.
날이 맑으면 꽃이 더 돋보일 텐데 약간 흐려서 아쉬움이 남는 날이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산사.
용천문. 올라가는 문과 내려오는 문.
우리가 흔히 뭉뚱그려 들국화라고 부르던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므로 당연히 국화 향기가 솔솔 올라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내 코에만 맡아지는 국화 향기.
구절초의 꽃말은 순수 · 가을 여인 ·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한다.
구절초 꽃밭 군데군데 돌탑들이 쌓여 있다.
한국 선불교 경허스님의 수행처라는 암자 앞에 서서 바라본 풍경.
조망이 참 좋다.
시야가 탁 트여 시원스럽고 후련한 맛이 난다.
이 맛을 느끼려면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다.
시멘트 길로 잘 닦여져 있지만 내려올 때 보니 너무 가팔라서 겨울엔 통행하기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바람이 닿는 면이 많고, 부는 바람을 맞아 가볍게 흔들릴 수 있는 풍경을 샀어야 했다.
오래전 풍경 소리가 좋아 친구들과 인사동에 갔다가 한 개 산 풍경은 추(바람판)가 좁고 두꺼웠다.
잔뜩 기대를 하고 베란다에 걸었으나 아주 거센 바람이 불 때만 한 번씩 댕그렁댕그렁 울렸다.
그런 거센 바람이 불 때는 창문을 닫아야 하는 아이러니.
가끔 풍경소리가 듣고 싶으면 직접 가서 추를 잡고 흔들어야 한다.
뒤꼍으로 돌아가 보니
대웅전 맞은편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사진 전시장이 있었다.
산에 올라가기 전에 보고서 반한 사진이 있었는데 남편이 미련이 남았는지 다시 들어가 보자고 했다.
요리 보고 조리 보고, 보면 볼수록 맑은 햇살 아래 연초록의 메타쉐콰이어를 배경으로 핀
연분홍빛 구절초가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거실 벽에 걸어두면 집안이 다 환해지고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하며 결국엔 그 사진을 샀다.
화가인 이모의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하나 사 왔던 나는 꽤 높은 가격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림의 두 배 정도 크기의 사진은 그 그림의 6분의 1 정도 가격이었다.
그림에 비해 가격이 낮지 사진작가의 작품이므로 그렇게 헐값은 아니다.
구절초 축제가 14일까지이므로 축제가 끝난 후에 가지러 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