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이틀간
1. 서울에서
지난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COEX C홀에서 올해로 42회를 맞이하는
국제환경산업기술 & 그린에너지전이 개최되었다.
하필 코로나19가 4단계로 격상되는 시점이어서 서울로 가는 도중에
되도록이면 수도권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안전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고도 조금은 겁을 먹고 전시장을 돌아보아야 했다.
실제로 그날 다른 전시장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서 전시장을 폐쇄했다고 한다.
온라인 사전등록 및 초청장 소지자는 무료입장이고, 그 외는 입장료 5천 원을 내고 들어간다.
수질, 대기, 폐기물 등 환경산업 기술 분야와 태양광, 지열 등 그린에너지 분야 기술이 전시되었다.
버려진 폐비닐이 천연 기와와 빗물받이통으로 재탄생하고,
못 쓰는 플라스틱은 우리가 입는 티셔츠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 폐비닐과 생수병으로 경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해서 놀라웠다.
"아는 만큼! 하는 만큼! 환경이 살아납니다"
폐기물 80% 이상이 재활용되지만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아쉬움을 담고 포장재 재질구조 및 재활용 용이성 기준을
만들어 행사장을 찾는 이들에게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었다.
일산도 비교적 번잡하지 않고, 아산은 말할 것도 없는 지역에서 생활하다가
고층 빌딩들이 밀집해 있는 테헤란로를 지나가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무슨 질문엔가 답을 못하며 말했다.
- 촌사람 서울 와서 서울 구경하기 바빠. 안 들려.
지금 내가 생활하는 아산에서는 젊은이들보다는 나이 지긋한 분들을 더 많이 뵌다.
금요일 점심 시간 무렵, 서울 강남구는 온통 젊은이들 세상이었다.
빌딩 구경에 이어 우르르 점심 먹으러 가는 젊은이들 구경하는 것도 신기했다.
그뿐이랴. 코엑스 전시관이 들어서 있는 건물 주차장은 어마무시하게 넓었다.
그렇게나 큰 주차장은 처음 보았는데, 그 미로 같은 주차장에 주차할 곳이 없어서
지하 2층에서 3층으로 여섯 차례나 뱅뱅 돌다가 간신히 차가 빠져나가는 자리를 포착해서 주차할 수 있었다.
나중에 코엑스를 빠져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엔 이상하게 피로감이 몰려왔다. 아, 피곤해!
2. 일산에서
허리 아픈 데에는(지금은 아프지는 않지만 예방 차원에서) 드러누워 있는 것이 최고라며 쉬는 동안에는
늘 드러누워 계시며(원래는 잘못 드러누워 있는 성격) 한동안 유튜브를 줄기차게 들여다보시던 남편님께서
- 인생 뭐 있어, 맛난 거 먹으러 맛집 탐방이나 다니자.
라고 이 코로나 시국에 다소 위험한 발언을 했지만 동네에 몇 사람이나 오겠어, 하며 맛집을 찾아갔다.
구도심에 자리한 다소 허름한 맛집.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데 양도 많아서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그렇게 양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곱빼기를 시키는 사람이 있어서 놀랐다.
맵고 짜고 뜨거운 것 싫어하는 나는 그냥 `고기국수'를 시키고 남편은 `얼큰 고기국수'를 시켰다.
맛있었지만 양이 너무 많으니 나는 조금 남길 수밖에 없었다.
점심 식사 후에 걷기 운동 겸 산책하려고 산책로로 접어들었는데
쨍하니 맑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세차게 비가 쏟아졌다.
커다란 나무 밑에서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언제 그랬냐 싶게 맑아져서 다시 걷는 중에
또다시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세차게 비가 쏟아졌다.
이번엔 정자 밑으로 피신하며 그런다.
- 이 현상이 꼭 스콜 같네. 맑았다가 비 내리다가......
우산도 가져오지 않았으니 이만 산책을 접고 집에 가자.
다시 개였을 때에는 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하여 아쉽게도 1만 보를 채우지 못하고 7천 보 조금 넘게 걷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