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던 날에
지나간 어느 봄날, 무채색 대지 위에 연한 분홍빛을 띤 하얀 벚꽃들이
일제히 피어나 화사한 봄 풍경을 만들 때 차 타고 지나가며 보던 벚꽃을 찾아 길을 나섰다.
설화산 맞은편, 평촌리의 한편에 지금은 폐교라는 학교 건물이 있고
그 건물 앞 밑으로 나란히 벚나무들이 서 있었다.
차를 가지고 와서 차로 이동하게 된 지금은 오히려 저때보다 덜 걷게 되었다.
저때는 웬만한 거리는 모조리 걸어 다니던 때라 조금만 궁금하여도 걸어서 찾아가 보곤 했다.
왕복 3시간쯤 걸어야 좀 많이 걸었네, 하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다.
지금은 일정하게 하루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쯤 걷나 보다.
어떻게든 하루 만보는 걸으려고 노력하지만......
새봄이라고 새들도 봄이 반가운지 경쾌하게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찾아간 곳이었다.
가는 길에 농사 준비하시는 90도로 구부러진 허리의 할머니 두 어분을 지나쳐 가며
에고, 고된 농사일이 저렇게 허리를 굽게 만들었지 생각하며 도착한 학교.
진입로부터 벚나무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고 길은 살짝 경사져 있었다.
벚꽃에 넋을 팔다 문득 바라본 곳에 택시 한 대가 서 있었고,
그 택시 기사는 어디서 나타난 아주머니며 뭐하러 왔나, 하는 시선으로 나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원래는 캠퍼스에 올라가려고 생각하며 왔더랬는데 순간적으로 망설이게 되었다.
아직 진입로의 벚꽃들도 찍지 않았는데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그 모든 것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벚꽃은 이리 만개하여 있는데 폐교이고, 사람의 왕래도 없고, 망설임 끝에 돌아선 아쉬운 장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