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느긋하게

5월의 둘째 날

눈부신햇살* 2021. 5. 4. 09:06

 

5월의 둘째 날,

모처럼 걸어보는 우리 동네.

 

비 개인 다음 날의 하늘은 유난히 푸르고 깨끗하다.

하늘이 파랗고 깨끗하니 보이는 모든 풍경마다 깨끗하고 맑고 더욱더 싱그러워 보인다.

 

우리가 이곳에 산지 십오 년 여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산책로의 나무들은 둥치가 굵어지고 키가 커서 터널을 이루고,

흡사 영화나 사진 속에서 보던 외국 풍경 못지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양쪽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고 번거롭고 질서를 깨뜨리는 것들이 생기지만

나쁜 쪽으로 생각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기에

좋은 쪽으로만 초점을 맞추자고 마음을 다독인다.

어찌 생각하면 두 군데서 살아볼 수 있다는 것도 흔한 경험은 아니기에.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스럽고 요망한 것인지

아산에 가 있으면 아산이 자연친화적인 삶이라 건강한 삶인 것 같다가

일산에 오면 잘 가꾸어지고 정돈된 생활하기 편리하게 꾸며진 우리 동네가 더 좋은 것 같다.

십오 년 여 사는 동안 쌓인 추억과 든 정이 그런 감정을 더 크게 만들 것이다.

 

남편은 새로 옮긴 병원에서 치료받은 지 두어 달이 지나는 동안 허리 통증이 많이 가시었다.

두 달이 가까워지도록 호전되지 않는 것 같아 우울해지는 마음을 다독이기 쉽지 않았다.

이제 절뚝거리지 않고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감사의 기도가 나오고

마음 깊은 곳에서 기쁨이 찰랑이다가 괜스레 미소 짓게 되는 그런 날이다.

 

- 지금은 또다시 아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