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느긋하게

그야말로 황금들판

눈부신햇살* 2020. 10. 14. 00:00

 

 

 

 

 

 

 

 

 

 

 

미국쑥부쟁이가 무리지어 피어 있으니 눈길을 뗄 수가 없다. 너 참 예쁘구나!

 

 

벼는 누렇게 누렇게 황금빛으로 들판을 수놓고

대추는 주렁주렁 매달려 붉게 붉게 익고

개량하지 않은 키다리 코스모스들은 부는 바람에 살랑거리고

밭에는 들깻잎들이 수분이 말라가며 얇아지고 연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여름내 산의 나무들은 진초록으로 통일되어 있다가

이제는 멀리서도 다른 나무 종이란 걸 알아볼 수 있게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다.

덩어리로 보이던 나무들이 하나하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달까.

무거워 보이던 산이 가벼워진 느낌.

 

그런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무어라 표현해야 하나.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단풍 들면 얼마나 더 예뻐지려나.

마음을 살살 녹이겠지?

 

 

 

<덧붙임> - 세상에 이런 일이!

 

어제는 호두과자가 먹고 싶어 외암리 마을 근처의 가게에 갔었다.

팥을 좋아하고 속에 든 호두도 좋아하는지라 이따금 한 번씩 사러 가곤 한다.

가는 길은 요즘 한창 도로 확장 공사하느라 번잡하고 가뜩이나 좁았던 인도마저 일부분 분실되어

걷기 좋은 평촌리 들판 길로 돌아서 갔다.

 

호두과자를 사서 돌아오는 길, 논과 논 사이 길로 이리저리 풍경을 둘러보며

한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 있는데 갑자기 푸다닥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요한 들녘에서 그 소리는 무척 크게 들렸다. 소리의 진원지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노루 비슷하게 생긴 것이 껑충껑충 용수철 튕기듯이 뛰어서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당황한 나는

"어머, 웬일이니!"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뚫어지게 바라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고라니 같았다.

고라니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느낌상 딱 고라니라고 알겠는 것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방송에서 보았노라고?

 

그 고라니는 논의 벼 속에 숨어서 이삭을 먹고 있었을까?

아무튼 나로부터 멀어진 그 고라니는 다시 벼 속으로 몸을 숨겼는데

걸어가며 보니 그 고라니의 귀때기가 살짝 보이지 뭔가. 벼 이삭들 위로 조금 솟아오른 귀 두 개.

"야, 너 귀 다 보인다."

내 말이 들렸을까, 알아 들었을까.

신통방통하게 그 고라니가 몸을 더 낮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