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느긋하게
달 뜬 날
눈부신햇살*
2020. 9. 9. 10:26
오전에 맑은 햇살 아래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며칠째 이리저리 산책을 다닌 결과 그렇잖아도 까만 피부가 더 까매져서
햇빛에 드러내고 다닌 팔뚝과 종아리를 보면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온다.
심해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헬스장도 갈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기분전환 삼아 운동 삼아 이리저리 헤매 다니고 있다.
퇴근해 온 남편이 저녁 식사 후 동네를 한 바퀴 돌자고 해서 또 한 바퀴 돌았다.
시의 외곽인지라 주위가 온통 논과 밭이다.
남편이 함께 하지 않으면 절대로 못 걸을 가로등도 없는 길을 든든한 지원군 삼아 걷는다.
키 큰 송전탑이 군데군데 서 있는 깜깜한 농로를 걷다가 바라본 설화산 위에
그림처럼 둥실 떠 있는 보름달이 반가웠다.
달이 그야말로 쟁반만 하게 뜬 날,
그 밤에 어릴 적 시골집에서 할머니와 둘이서 큰 동네로 밤마실 다녔던 일을 추억한다.
달도 없는 칠흑 같은 밤에는 뒤에서 내 머리채를 확 낚아챌 것 같은 두려움에 머리끝이 쭈뼛거리곤 했다.
동네를 두 바퀴 돈 지난주 어느 하루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