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야기
엄마가 2박 3일 입원해서 복강경 수술을 했다.
병원에서 병원으로 서류를 넘길 때 담낭암이라고 영문표기가 돼있었지만
수술할 때까지 아무도 암이라고는 말하지 않아 굳이 나쁜 쪽으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냥 묻어두었다.
수술을 이른 아침 8시에 시작한다기에 세상에나 그렇게 이른 시간에 의사 선생님이 출근하는구나 하고 놀랐다.
병원에서 이틀 묵는 동안 간호사나 의사나 참 고된 직업이구나 생각했다.
단지 고소득일 뿐이지 힘든 건 무슨 일이나 다 마찬가지이구나.
예정된 시간 30분 전, 수술실 앞까지 따라가 엄마를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나니 병실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수술 시작할 때 문자 연락이 오고, 끝날 때 다시 오고, 회복실로 옮긴다고 오고,
회복실에서 1시간 머물다가 병실로 이동한다고 문자가 왔다.
35년 전에 개복수술한 엄마 옆에서 간호했던 기억이 있는 내게
복강경 수술을 한 엄마를 대하는 건 상대적으로 편했다.
엄마가 회복하는데 덜 힘들어 보여 안심이었다.
좁디좁은 보호자용 간이침대(엄마가 나나 되니까 자는 거란다. 셋째가 오면 좁아서 못 잔단다.)에 누워 있으면
수시로 간호사가 와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는 소리에 가뜩이나 오지 않던 잠이 더욱더 천리만리 멀어진다.
사흘 동안에 옷 사이즈가 헐렁해지는 느낌.
수술은 잘 되었고, 다른 장기에 전이 되지 않았다고 해 안심하고 퇴원했다.
조직검사 결과는 동생이 엄마 모시고 가기로 했다.
엿새 후 병원에 갔더니 떼어낸 혹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고 한다.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담낭암 1기 A라고 한다. B는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아 사시는 동안에 수술할 일은 없을 거라고 한다.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 받을 일도 없다고 해
새삼스럽게 건강검진의 필요성과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나는 엄마 생명의 은인이다.
내가 채근해서 건강검진받아 조기 발견해 이리 수월하게 끝났으니 말이다.
이제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골고루 잘 드시고 운동도 하시라고 매일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