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느긋하게

링링 때문에

눈부신햇살* 2019. 9. 8. 21:49

 

 

 

 

 

 

 

 

 

 

회오리바람이 윙윙 사정없이 불었다.

간혹 어떤 물건들이 떨어지는 소리도 한 번씩 들렸다.

- 뭐야? 뭐가 떨어지는 소리야?

놀라서 창문 열고 내다보기도 했다.

 

닫아 놓은 창문 안에서 무심히 밖을 보면

어떤 물체가 날아가는 것이 보일 때도 있었다.

그 물건은 사정없이 뱅글뱅글 날아가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바람은 불지만 습한 날이라 더워서 문을 조금 열어뒀다가

놀란 새가슴이 되어 문을 꼭 닫고 잠갔다.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고 나뭇잎들이

몰아치는 바람에 풀어헤친 머리카락처럼 이리저리

사정없이 흔들리는 모습만 보였다.

켜놓은 텔레비전에선 연신 태풍에 관한 소식이 보도됐다.

 

오늘 뒷산에 가려고 집을 나서자

어디랄 곳 없이 온통 떨어진 나뭇잎이 수북이 쌓여 있고

꺾인 가지들이 뒹굴었다.

 

산길에 접어들자 꺾인 가지와 떨어진 나뭇잎들이

온 산길을 덮었다.

55년을 사는 동안 처음 보는 모습이다.

- 내가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에 산에 온 적이 없었나?

하고 남편에게 묻자

- 그동안의 태풍이 경기도에 아 정도로 강하게 온 적이 없을 걸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언젠가도 우리는 하지 않았었지만 주변에서

큰 태풍이 몰려온다고 유리창에 젖은 신문지 붙이고

청테이프 붙였던 적이 있었다.

 

아무튼 어제의 링링이란 예쁜 이름의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했다.

산을 도는 동안 부러진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고

옆 나무까지 쓰러뜨린 곳이 많았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자연의 위대함과 무서움을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