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노트

파주 심학산

눈부신햇살* 2017. 10. 11. 20:42

            

 

 

            추석 연휴 끝에 심학산에 갔다.

            늦더위가 있어서 땀 좀 흘렸다. 적고 보니 몇 해 전 추석 끝에도 심학산에 갔었다.

            그때도 늦더위가 있어 덥다고 했다. 추석 무렵엔 원래 더운가?

          

 

           나지막한 산이고 둘레길은 2시간가량 소요되는 거리라 시간이 넉넉하니 미리 든든히 배를 채우고 오르기로 했다.

           얼마 전, 계룡산 밑 동학사 근처를 지나는데 온통 닭백숙 집이었다. 의아해서 원래 산에 오면 닭고기가 당기나?

           남편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났다.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던 우리는 조금 더 가서 계룡시에서 짜장면과 볶음밥을 먹었었다.

 

           심학산 밑에서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집은 산에 어울리지 않게 한정식 집이었다. 분위기는 파스타나 피자를 팔 것 같은 집이었다.

           산밑에 있는 식당인데도 얌전한 옷차림들로 식사를 하고 있어서 처음엔 무슨 돌잔치나 생신잔치쯤 하는 줄 알고서

           잘 못 들어온 줄 알았다.

 

           음식은 꽤 맛있고 정갈했다. 맛있다고 소문났나? 부모님 모시고 식사하는 테이블도 몇 있었다.

           마냥 신기했다. 하고 많은 곳 중에 산 밑에, 산에 오르기 직전인 곳에 한정식 집이라니.

           뜰도 제법 꾸며서 저리 소담스럽게 소국화가 피어 있었다.

 

           차는 식당에다 주차해놓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먼저 약천사에 들러 불상 구경을 했다.

부로콜리머리가 두드러진다.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습관처럼 남편과 둘이서 뒷산에 오른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 우리 부부가 유일하게 맘이 맞고 취미가 맞은 게 뒷산 오르기라고 한다.

매주 오르는 산이다 보니 오늘은 이 길로, 또 다른 날은 저 길로

길을 바꿔가며 마치 새로운 모르는 산에 오르는 것처럼 기분을 바꿔본다.

 

우리 동네 뒷산에도 부부끼리 오르는 사람이 많은데 심학산에도 부부끼리 오거나 가족끼리 온 집도 많았다.

여자 혼자 돌고 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이따금 보였다. 사람이 많을 때는 괜찮은데 인적이 드문 날 혼자 산에 오르려면

좀 무섭기도 하다. 그럴 때 여자라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남편은 든든하고 좋은 산 친구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을 한 바퀴 돈다.

 

 

사진엔 잘 잡히지 않았지만 둘레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주 들판이 노랗다.

 

산을 돌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추석에 있었던 얘기, 시골집 새로 고치는 얘기, 자식들 얘기, 우리의 노후대책 얘기, 서로의 친구에 관한 얘기......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남편이 돌아가고 난 후 다른 때와 다르게 많이 허전했다.

길게 함께 있다보니 어느새 그것에 익숙해져서 5년 전 맨 처음 남편이 지방으로 내려가던 그때처럼 콧날이 시큰해지지 뭔가.

우리가 깨가 쏟아지게 다정한 사이도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이 엄청 자상하고 다정한 스타일도 아닌데,

밀려오는 이 허전함과 외로움은 뭐란 말인가, 하는 생각에 풋 웃음이 났다.

앞으로도 5년쯤은 이리 살아야 되고 또 그리 사는 게 다행(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인 것도 잘 알지만

그 순간 만큼은 5년이라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길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