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노트

일본 여행 - 1

눈부신햇살* 2017. 2. 14. 23:25

 

 

2월 8일부터 12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에 갔다.

일본의 저가항공 피치를 이용하니 오사카 간사이 제2터미널로 간다.

공항 내 버스로 제1터미널로 이동해서 라피트라는 지정 좌석제인 특급열차를 타고 난바역으로 갔다.

 

 

피치는 저가항공이어서인지 거의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들만 보였다.

나이 든 중년은 우리 부부만 있어서 조금 멋쩍기도 했다.

역시 또 저가항공이라 굉장히 작다. 가운데 통로가 있고 양옆으로 세 칸씩 의자가 있는 게 다였다.

음, 기내식은커녕 물 한 잔 주지 않고, 10키로 넘는 짐은 위탁수하물 값을 따로 지불해야만 한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두 차례에 걸쳐 면세품을 팔았다.

 

 

 

 

열차의 창문이 타원형으로 예쁘고 여성스런 느낌의 라피트.

열차의 파란색도 예쁘다.

 

입구 옆엔 짐 싣는 칸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섬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열차 안에서 언젠가 때가 되면 가봐야지,하고 벼렀던 일본의 풍경을 보며 감회에 젖는다.

일본을 처음 와봤음에도 불구하고 이 친숙함은 도대체 뭘까 의아스럽다.

2층 집들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모여 동네를 이루고 있고 높은 건물이 드물어 하늘이 넓게 멀리 펼쳐진다.

계획 건설된 도시에서 살다 온 나는 그 풍경이 가져다주는 아늑함과 친근함에 그만 마음이 흐물흐물해져

아, 좋다! 아, 예쁘다! 를 연발한다.

 

내 유년의 기억 속 어디쯤에도 이렇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골목 어딘가에서 뛰어놀다 보면 하늘 저편으로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는 모습을 신기하게 보던 때가 있다.

 

 

 

 

 

 

 

난바역에서 내려 숙소에다 짐을 부려놓고 늦은 점심도 먹고 시내 구경도 할 겸 해서 나왔다.

저 번화가를 걷는데 내 코를 간지럽히는 들척지근한 냄새.

여자인 나만 느끼는 건지, 내가 그렇다고해도 우리 집 세 남자들은 나만큼은 반응하지 않았다.

나중에 안 건데 그건 오꼬노미야키의 들척지근한 냄새였던 것 같다. 하긴 다코야끼도 조금 들척지근하네.

저 돔 때문에 더 냄새가 빠져 나가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눈비올 때에도 돌아다니기 편하니까,라고 생각도 한다.

 

 

 

 

맛집이라는 데에서 1시간 가량을 기다려 들어가 먹은 돼지고기 육수에 돼지고기 몇 점 들어간 라면.

주문이 상당히 복잡하다.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면 거기다 내가 원하는 항목에다 동그라미를 치면 된다.

나는 무서워서 거의 기본에다 체크했는데 용감한 남편이 만용을 부려가며 체크하더니 먹고 나서 맛없다고 불평했다.

나는 파도 대파향이 좋아서 대파에다 체크했는데 큰녀석이 찍은 사진을 보니 쪽파에다 체크하고

고춧가루도 넣는다고 했나보다. 나는 면도 기본에다 체크했는데 남편은 쫄깃하고 탱탱할 거라고 생각해서

질긴면에다 체크했더니 덜 익은 듯한 면발이었다고 불평이 하늘을 찔렀다.

 

관광지여서 그런지 한국인과 중국인들로 붐빈다. 우리나라 궁궐이나 인사동에 가면 외국인들도 많듯이.

그건 교토 기온거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때로 이곳이 우리나라 어디쯤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익숙하게 우리말이 들려오기도 한다.

따라서 주문서는 각나라별 언어로 다 구비하고 있었다

 

워낙 붐벼서 남편과 나, 둘이 따로 아들 녀석들 따로 자리를 안내받았다.

자리에 안내받고서 깜짝 놀랐다. 티브이에서만 보던 칸막이가 쳐진 자리였고

심지어 주방 쪽으로는 발도 내려와 있어서 누가 음식을 내주는지

옆자리에 누가 앉아서 먹는지 알 수 없었다. 낯설고 다른 문화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라톤맨 글리코 상. 왠지 반갑다.

 

 

 

 

 

 

 

 

 

 

 

우리의 청계천을 떠올리게 하는 도톤보리 운하.

물은 청계천이 훨씬 맑다.

 

 

 

 

 

 

 

글리코 상이 있는 뒤쪽 골목 어딘가의 맛집에서 또 1시간여를 줄 서서 기다려 오꼬노미야끼를 먹었다.

우리나라에선 줄 서는 것은 딱 질색이었는데 거기선 여기도저기도 줄 서는 곳이 다반사여서 그러려니 하며 섰다.

굉장히 작은 가게였고 복층으로 되어 있는데 철판을 둘러싸고 먹는 아래층에 비해

2층은 4인 테이블이 주어져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마주 보고 먹을 수 있었다.

오꼬노미야끼 가격도 싸지 않지만 술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많이 비쌌다.

이틀 후부터는 음식만 사 먹고 술은 편의점에서 사다가 숙소에서 먹었다.ㅎㅎ

 

숙소는 아파트를 대여해주는 곳에서 묵었는데

욕실 따로 화장실 따로 분리되어 있는 곳이었다.

화장실이 어찌나 작은지 키 큰 우리 아들들이 사용하기에는 많이 불편했다.

 

일본은 역시 듣던 대로 거리거리가 깔끔하고, 사람들은 우리보다 키가 작아서

내 키에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기분을 맛보았다.

지나가며 보니 주차장이 곳곳에 있었는데 주차장 이용료가 입이 떡 벌어지게 비쌌다.

차는 주로 소형차를 이용하고, 좌측통행에 오른쪽 운전석이어서 말로만 듣던 풍경을 직접 보아도 신기했다.

자전거를 많이 타고, 아가씨나 아주머니들이 소리도 없이 쓱 지나갈 때면 그 능숙한 솜씨에 놀랐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들거나 꽂고 타고, 할머니들은 더러더러 세발자전거를 타시기도 했다.

어찌 생각하면 여자들이 더 많이 타는 듯.

 

 

 

 

 

 

 

 

 

 

 

 

 

오사카성에는 관광객도 많았지만 운동하는 사람도 많았다.

집 주변에 이런 곳이 있다면 저녁 산책할 때도 햇살 좋은 날 운동할 때도 참 좋겠다고 남편이 말한다.

남편은 숙소 주변에 신정호라는 호수가 있어서 운동하기 좋다고 했더랬는데.

 

내일은 교토로 간다.

내가 무척 가보고 싶어 하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