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어디를 갈 때면 운전하는 사람 옆에 앉아서 풍경 감상하다가
참 예뻐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그러나 찍고 확인해보면 매번 이렇게 나온다.
산이 겹쳐 있는 풍경이 좋았고
에돌아 간 길이 좋았고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산의 알록달록함이 좋았는데.......쩝.
세월이 마구마구 쏜살같이 흐른다.
오십을 이제 넘어섰는가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거기다 한 살 더 보태게 생겼다.
오십을 넘어서고보니 또래의 주변인들이 하나씩둘씩 아프기 시작한다.
오십은 지천명이라는데 어디가 고장나기 시작하는 것이 하늘의 뜻일까.
나는 어디 크게 아픈 데 없이 망가진 데 없이 그럭저럭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나보다 남편이 더 갱년기를 앓는 것 같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고 이따금 하소연한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얕은 잠을 자고 나면
다음 날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으며 새벽에 동이 트지 않았는데도 자꾸 잠이 깨고
또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단다.
나 역시 잠이 줄긴 줄었다. 아침에 맞춰논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 생에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뜨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얼마 전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났을 때 누가누가 갱년기 증세를 더 심하게 앓나 내기하는 것처럼
열띤 경쟁이 벌어졌다.
비교적 조용한 성품의 친구들이 갱년기 우울증을 앓을 거라 예상했지만
무척 활달하고 쾌활한 친구가 심하게 앓고 있어서 놀랐다.
조용한 성품의 친구와 또 다른 조용한 성품의 나는 그 정도는 아니어서
나중에 둘이서 알고 보면 우리 같은 애들이 더 강한가? 하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
나 같은 경우는 여러 사람들과 시끄럽고 요란한 시간을 보내고 오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만 만족하는 성격이고
비교적 혼자서도 그다지 심심해하지 않아서 남들이 그다지 재밌어하지 않는 성격이다.
친구는 여기저기 몸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에 입원도 했으며
우울감이 심하게 올라오는 날엔 무서워서 베란다엘 나가지 못한다고 한다.
자기도 제어하지 못하는 그 어떤 충동으로 뛰어내리는 일이 발생할까봐.
병원에선 갱년기에 올 수 있는 모든 증세가 한꺼번에 왔다고 했다던데
사춘기보다도 더 무섭다는 갱년기를 잘 넘겨야 할텐데.
그날 모처럼 만난 김에 창덕궁을 거닐어 보고 싶었던 나의 바람은 그래서 여지없이 깨졌다.
다른 한 친구는 일찍부터 무릎이 시원찮아서 계단 오르내리기도 버거워한다.
이제 더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나는 어디가 아퍼서 무슨 약을 먹고 어떻게 치료를 받고 있다로 열띤 경쟁을 벌이려나.
건강하자. 우리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