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열함

커피 유감

눈부신햇살* 2015. 8. 25. 22:13

 

 

 

 

 

 

커피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중독처럼 마시기 시작한 건 신혼살림을 시작한 서울의 한 작은 동네에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 동네에는 갓 신혼살림을 시작한 젊은 부부가 많았다. 같이 놀자고 대충 불러 모으면 여덟 명쯤의 새댁들,

모두 불러 모으면 열다섯 명도 족히 됐던 것 같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더 자주 어울리는 부류가 있게 마련이고

나도 그중의 하나가 되어 아침 식사 후 남편들 출근시키고 설거지와 청소,

세탁을 끝내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호출 전화가 오곤 했다.

        "뭐 해? 커피 마시러 와."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골목대장 비슷한 두 살쯤 더 많았던 언니가 직접 전화하거나

그중 특히 그 언니와 더 친한 몇 살 적은 새댁이 전화를 했다.

 

여자는 잘 꾸미고 가꿔야 남편 사랑을 받는다는 엄마의 가르침에 따라서

집안일을 마치면 엷게 화장을 하고 비교적 깔끔하게

옷을 입고 있다가 그 자리에 가면 골목대장 언니가 늘 한마디 하곤 했다.

        "어디 가?"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아니."

라고 대답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 물음의 뜻을 알고도 남는다.

그러던 나였지만 지금의 나는 집에 있을 때면 화장은 귀찮아서 절대 못하고 나갈 때도

트윈케이크 몇 번 두들긴 데다가 튀지 않는 색의 립스틱 몇 번 바르는 게 고작이다.

목걸이도 그때는 일 년 삼백육십오일 걸치고 있었지만 심지어 빼지도 않고 잠들고 했지만

그 부작용으로 목둘레에 주름살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지금은 일 년에 한 번 걸칠까 말까 한다.

반지, 귀걸이, 목걸이 모든 것이 걸리적거리고 부담스럽고 귀찮으며 심지어 옷도 가벼운 옷만 선호한다.

그게 바로 나이 들었다는 증거겠지.

       

그때 버릇이 들었는지 아침 식사 후엔 꼭 커피믹스 한 잔을 마셔야 했다.

별생각 없이 마셔대던 나였는데 10년 전쯤인가부터 아침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고 나면

배가 사알살  아파오면서 화장실에 가야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왜 나는 자주 배탈이 나는가에 생각이 머물렀고 결론은 나의 장이 약하단 거에 머물렀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았지만 그때 그 순간뿐이라 별생각 없이 살다가 요 몇 년 새에 생각이 깊어졌다.

남들에 비해 배탈이 나도 너무 자주나며 그것도 꼭 오전에만 나는 거여서

이른 오전에 어디 갈 일이 생기거나 일을 하게 되면 고민에 빠지게 됐다.

이동 중이나 일과 중에 곤란한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 돼서였다.

 

주변에 변비가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보면 그게 신기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반대현상으로 시달리는 사람이어서 하루 한 번의 화장실행은 당연한 거고

어쩔 땐 세 번씩이나 가는 날도 있었으니까. 그게 정상인가 검색한 적도 있다.

 

운동을 시작하고 운동을 하면 장 상태가 훨씬 좋아진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술 마신 다음 날이나 아침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면 여지 없었다.

어디 먼 길 가기 두려워기지 시작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 먹는 하루 중의 이른 커피도 삼가게 됐다.

그도 오후면 상관없었다. 결론을 지으면 활동을 하다가 좀 느지막한 시간에 커피를 마시면 괜찮고

일어나자마자 아침 식사하고 곧바로 커피를 마시면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현상이 나타난다는 거였다.

정신이 몸 상태를 컨트롤하는 건지 어쩌는 건지...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 뉴스에서 읽게 된 기사 하나.

나처럼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선 열 명 중 세 명 꼴이란다.

고속버스 타고 가다 휴게소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사 먹었다는 가는 가는 도중 곤혹을 치른단다.

그리고 배탈이 자주 나면 신장 기능이 약화된단다.

아닌 게 아니라 작년 건강검진에서 정상범위에 들긴 하지만 신장 기능의 치수가 낮았다.

 

장도 좋지 않으면서 비록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주중 몇 번의 술을 즐기고,

식후 바로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즐기며 늦은 오후에 마시면

가슴이 벌렁거려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증세에 시달리면서도 무슨 숙제하듯이

하루 꼬박꼬박 서너 잔의 커피를 즐겨 마셨다.

어느 순간, 분명히 무슨 원인이 있고 내가 조금 더 조심하면 어디가 딱히 아픈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말 못 할 불편함을 겪는다면 분명히 개선할 수도 있다는 것 아닐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우선 생각하기에 아침 식사 후에 바로 마시는 커피가 배탈의 원인인 것 같으니

며칠만 끊으면서 결과를 지켜보자 했다.

 

내 생각은 맞아서 아침 식후의 커피를 끊은 지 한 달여. 배탈이 현저하게 줄었다.

물론 아직도 아침 식사로 카레라이스를 먹든가, 순두부찌개나 김치찌개 같은 걸 먹으면 배탈이 나곤 하지만

그 외엔 멀쩡하다. 나의 장은 유당에 취약하고 카페인에도 취약한 것 같다.

아침에 우유 한 잔 마시면 절대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우유나 커피 종류는 되도록이면

열두 시 지나서 먹기로 내 뱃속과 타협 아닌 타협에 들어갔다.

뱃속 편하게 살려면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기에 눈물을 머금고

커피도 하루 한 잔 정도로 만족하는 걸로 살고 있다. 흑...

그리고.....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걸 즐기기에 한 잔 술도 즐겼지만

뱃속이 편치 않아서 그도 자제하기로 마음먹는다. 흑...

 

       

 

 

 

        그리고 고대하던 꿈의 숫자, "55"를 보는 날이 많아졌다.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얼굴이 미워진다.

        나이 먹으면 얼굴이 볼 만하면 몸이 밉고, 몸이 볼 만하면 얼굴이 미워진다.

        그래서 깨달았다. 적당히 포기하고 살아야 되는 나이인가 보다!!! 내 나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