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열함

두근두근

눈부신햇살* 2015. 1. 29. 15:23

 1.

 

오십을 넘어서며 새로이 느끼는 신체변화의 하나가 밤에 졸린 듯 하여 잠자리에 누우면

오히려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면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처음엔 왜 이러지? 하다가 아하, 이게 말로만 듣던, 글로만 읽던 갱년기증세로구나, 하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꼬박꼬박 착실하게 몸도 나이를 먹고 있구나.

마음만 거기에 바짝 따라가지 못하고 30대 언저리에 머물러 있구나.

 

지난 연말 무렵엔 나중에, 하고 계속 미뤄뒀던 건강검진을 4년 만에 하게 됐다.

생전처음 위내시경검사도 하고, 대장검사, 유방암검사도 했다. 유방암이야 모유수유를 큰아이 때도

작은아이 때도 모두 돌 넘게까지 해서 근거 모를 자신감이 조금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결과도

양호했다. 남보다 조금 변을 자주 보고, 배탈도 잘나는 편이라 관심을 기울였던 대장과 위도 별 이상없이 나왔다.

 

일흔 넘은 친정엄마도 대수롭지 않게 하는 위내시경검사를 무섭고 겁이 덜컥 나서 추가로 돈 더 내고

수면내시경으로 했다. 내시경검사하기 위해 링게르 맞으면서 이동하는데 엘레베이터 타는 것이 영 불편했다.

한 손으론 외투와 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론 링거걸이 밀고. 이런 조그만 일에도 금세 불편해지는 상황.

엘레베이터 안에 있던 한 청년이 슬쩍 도와준다. 별 거 아닌 일에 도움을 받는 것이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기도 했다. 그렇게 티 안나게 상대방에게 신경 써주는 친절이 참 좋게 느껴진다.

문 열고 들어갈 때 뒷사람을 위해서 어느 정도까지 문 잡고 있어주는 것.

쓰레기통 옆에 서 있다가 쓰레기 넣으려고 하면 살짝 옆으로 비켜주는 것.

엘레베이터에서 내릴 때 먼저 내리라고 옆으로 비켜주는 것.

 

위내시경검사를 위해 하얀액을 마시고 옆으로 쪼그리고 누운 다음 눈을 떴을 때는 내 눈 앞으로 나와 똑같은 포즈의 사람이

다섯 명 있었다. 이제 막 정신이 돌아오면서도 그 묘하고 시트콤의 한 장면 같은 풍경에 웃음이 실실 났다.

모두 약에 취해 잠들어 있던 한결같이 똑같은 포즈의 남녀가 나란히 나란히 놓여 있는 다섯 개의 침상.

 

 

 

 

2.

 

운전면허증을 딴 지 5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멀리 가지 못한다. 가까운 데만 슬쩍슬쩍 다니는데 AS 받을 일이 있어서

큰 맘 먹고 번화가의 백화점에 가게 됐다. 가까운 데에 새로 생긴 대형마트에 진입해 일 자로 쭉 올라가서 커브 틀면 바로 주차장인

곳에 익숙한 내게 달팽이관처럼 뱅글뱅글 돌며 한참 내려가야하는 백화점의 옛날식 주차장 진입로는 사람을 참 식겁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내려가던 길이 두 번째 갔을 때 더 무서운 이유는 뭔가.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어서 며칠 전에 만난 아는 언니도 서울엔 절대 차 못 끌고 간다해서

언니, 내 목표가 친정에 내가 손수 운전해서 다녀오는 일이야, 라고 했다.

아, 그날이 조만간 오기나 할까?

작은시누이가 만나기만 하면 '언니, 운전 좀 늘었어?' 하는 물음에 자신 있게 '그럼요.' 할 날이 있을까?

'겁많음' 유전자가 정말 싫다.

 

 

 

 

 

 

 

 

 

                 

                       지난 가을, 비 개이고 쌍무지개 떴을 땐

                       황홀해서 가슴이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