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

운동일기 - 6

눈부신햇살* 2014. 1. 8. 21:59

 

 

몸이란 게 근육이 많아야 쉽게 살이 찌지 않는단다.

가까운 예로 우리집에서 제일 잘 먹는 남편은 살이 잘 찌지 않는다.

마음껏 먹으면서 자기는 근육량이 많아서 먹어도 찌지 않는다며 염장을 지른다.

 

나와 큰녀석과 작은녀석의 몸은 먹으면 먹는대로 투실투실해지며 정직하게 반응한다.

그리하여 우리 셋은 먹으면서도 너무 많은 양을 먹지 않으려 나름 신경을 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체적으로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으면서 살찔 텐데, 하고 걱정만 한다.

 

친정식구들은 무난하고 평범한 몸무게를 갖고 있지만

시댁식구들 중에 외부에서 들어온 며느리 넷 중에서 셋이 평범하지 않은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

시댁에서 거구들을 보다가 남편 고향친구들의 아내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놀라곤 한다.

시골 살아도 날씬한데......

이 무슨 돌 맞을 소리냐고 하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 시골에만 가면

워낙 덩치 큰 몸들만 보니까 나도 모르게 시골여자는 뚱뚱하다,라는 인식이 박혔는지 어쨌는지

그렇게 생각이 드는 순간에 그 생각에 흠칫 놀라곤 한다.

엄밀히 따져서 소도시에 살고 있지 시골에 사는 것도 아니고

단지 시골의 시댁에서 얼굴을 볼 따름인데 말이다.

 

사촌 시동생 중의 하나가 내게 던진 농담 중에는

"형수님, 형수님만 너무 말랐어요." ( 나는 결코 마르지 않고 통통하다 )

 이고, 며느리 넷이 모여 있으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아이고, 이 집 며느리들 모이면 소도 때려 잡겠어."

이다.

 

또 그 유전자를 물려 받아서인지 아니면 그 가정의 식습관 때문인지

자식 중의 한 명들이 그대로 닮아서 거구이다.

남편의 육남매 중 사형제는 모두 날씬한 체형이니까 엄마들을 닮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아무튼 시골에 갈 때마다 다짐 아닌 다짐을 하게 된다.

아, 나는 열심히 관리해야지. 옷맵시는 잃지 말아야지. 건강하게 나이 들어야지......

 

휘트니스센타 다닌 지도 1년이 넘어서 새로 다시 1년 등록하면서 할인행사를 하길래

아들녀석들도 3개월씩 짧게 등록했다.

작은녀석은 대학교 갈 때까지 약 3개월을 쉴 텐데 체력이나 키우라고.

큰녀석은 작은녀석만 끊어주면 차별대우한다고 푸념할까봐서.

그대신 그 기간에 큰녀석은 운전면허증을 땄었는데 작은녀석은 여름방학 때 따기로 합의를 봤다.

 

처음으로 운동하고 온 다음날 가관이였다. 둘 다 몸살났다고 엄살이 대단했다.

그 이틀 후인가, 트레이너가 달라붙어서 운동 가르쳐 준 다음날엔 더 난리였다.

체력의 한계를 보느라고 좀 과하게 가르쳤는지 어쨌는지 운동을 그렇게 한다면 흥미없다고

즐기면서 하고 싶지, 그렇게 어느 한계까지 가게 하고 싶지는 않다나.

 

체격은 나보다 훨씬 크지만 체력은 나보다 못하나보다.

나하고 똑같은 양의 운동을 하고와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이들은 몸살기가 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매일 하는 운동이 알게 모르게 나의 체력을 키웠나보았다.

 

남편은 이번엔 이곳에서 재등록하지 않고 남편이 주중에 생활하는 곳에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일요일 오후면 손 잡고 운동하러 갔던 남편은 혼자서 뒷산에 오르고

딸이 없는 내게 딸 느낌을 주는 작은녀석과 둘이서 운동하러 간다.

큰녀석은 늘 공사다망한 관계로 첫날에만 함께 운동하고 그후론 같이 해본 적이 없다.

 

남들보다 더 땀이 많은 것 같은 나와 작은녀석은 땀을 뻘뻘 흘리며 함께 운동하다

예전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씻고 나오면 나를 기다려서 함께 수다를 떨며 집으로 돌아온다.

 

이따금 내가 아이들 어렸을 적 함께 했던 어떤 일들을 그립고 따스하게 추억하는 것처럼

지금 이런 나날들을 이다음에 내 늙어서 그립고 따스하게 추억하려나.

아들아, 너랑 함께 운동 가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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