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남편 친구의 아들 결혼식에 갔었다.
옷이 날개라고 양복을 쫙 빼입고 신랑 아버지석에 서 계시니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그 옆에 앳된 얼굴의 아들은 어릴 적보다 훨씬 잘 생겨져서 깜짝 놀랐다.
"어, 잘 생겼다!"
우리집 아들들만 잘난 줄 알았등마 그게 아니구만, 잉.
신랑의 어머니는 아직 미용실에 있다고해서 보지 못하고
식장으로 들어갔다. 남편 모임의 한 친구가 먼저 와 있었다.
신랑의 아버지도 더 젊고 예뻐졌다고 인사하더니
다른 한 친구도 여전히 젊다고 인사한다.
이제 그런 나이다. 젊다는 게 인사가 되는.
식은 교회식으로 진행됐다.
아는 찬송가가 나와서 기쁘고 거룩한 마음으로
아, 예전에 내가 이런 분위기를 참 좋아했지, 과거를 회상하는 마음으로 불렀다.
남편은 옆에서 모임의 멤버가 아닌 다른 한 친구와 수다 떠느라고
찬송가를 부르지도 않았으며 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건성으로 보고 있었다.(고 하면 화를 낼려나?)
신랑의 나이는 스물셋이다.
신랑의 어머니는 나와 동갑, 마흔아홉이다.
신랑이 앳된 것은 제쳐 두고도 신랑의 어머니가 곱고 젊고 예뻐서
신랑 엄마가 시집가도 되겠다, 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한때는 우리 큰녀석의 여자친구가 끊이지 않아서
내게 저런 일이 닥칠까봐 많이 걱정했었다.
더군다나 요즘 혼수라는 아이까지 가져서 올리는 결혼식이니
내가 예전에 많이 염려했었던 상황 그대로다.
막상 결혼식장에서 신랑 입장,하는 구호에 맞춰 병정 자세를 한번 취해 웃음이 한바탕 일게 한 후
씩씩하게 걸어들어가는 도중 하객들을 향해 마치 레드카펫 위를 걷는 연예인처럼
손을 마구 흔들어 주고 심지어 중간에 한번 멈춰서서 이쪽 저쪽으로 또 한번 마구 흔들어줘서
웃음바다를 만드는 잘 생기고 귀여운 앳된 얼굴의 신랑을 보니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었구나, 인생에 정답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행복해 보이는 몸짓, 미소들이 참 보기 좋았다.
잘 살으렴!
피로연 자리에서 모임의 나머지 세 친구들과 합석할 수 있었다.
차가 많이 막혀서 늦었단다.
또 인사가 여전히 젊고 예쁘다고 하나도 나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 땐 뭐라고 답인사를 해야하는지.
"왜요. 많이 늙었어요. 주름살 자글자글해요."
라고 했더니 남편이 옆에서 거든다.
"본 마누라는 집에 있으라고 하고 세컨드 데리고 왔어."
헐......
어색한 자리였다. 여섯의 모임 멤버 중에서 신랑 아버지 빼고
나머지 다섯중에서 남편 따라 온 건 나 하나였다.
그런데 남편은 함께 가자고 그렇게 성화였나.
결혼식 후, 모임도 할 거라면서.
주말이라 밀리는 도로사정으로 한참 걸려서 집까지 데려다주고
남편은 다시 모임에 참석하러 갔다.
집에 있던 작은녀석에게
"글쎄, 부인들은 아무도 오지 않고 나혼자 왔더라."
했더니
"자랑하고 싶으셨나보죠."
한다. 정말?
우화화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