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뭐하시나요?
1.
추석 전주 일요일엔 남편의 고향친구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남편의 친구중에서 가장 먼저 결혼 시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랑의 아버지가 신랑 같다.
"너무 젊잖아요. 남들이 보면 신랑인 줄 알겠어요."
그 전주 토요일엔 시아버님의 팔순잔치가 용산에서 있었는데
추석 전 벌초 차량 때문에 차가 많이 막혀서 지각을 하게 됐다.
그때 놀래서 이번엔 시간을 넉넉히 잡고 출발했더니
또 예상과 다르게 길이 잘 뚫려 시간이 남아 돌았다.
마침 근처에 <북서울 꿈의숲>이란 공원이 있길래 둘이서 슬슬 한바퀴 돌았다.
젊은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 데리고 많이 나들이 나왔다.
우리에게도 저때가 있었나 싶다.
이제 아이들과의 외출은 특별한 일 아니면 힘들다.
그때, 누릴 수 있을 때 맘껏 누리고 즐기세요.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랍니다.
이제 우리부부는 머잖아 손녀손자들이랑 놀러오게 될까?
2.
일요일엔 한주 동안 밀린 집안일 대충하고 오후엔 뒷산엘 오른다.
오늘도 어김없이 올랐다.
남편과 오를 때도 있고, 혼자서 오를 때도 있다.
아이들과 오른 적은 두번쯤이나 될까.
늘 느끼는 거지만 남편과 함께 오르기가 더 힘들다.
남편이 다람쥐 같이 잽싸기 때문이다. 이따금 생각해본다.
적당히 배가 나오고 운동 신경 둔한 남편과 살았으면 어땠을까.
그 꼴은 또 내가 못 볼 것 같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날씬한 남자를 좋아한다.
연예인으로 예를 들면 정보석, 홍요섭, 선우재덕 같은 스타일.
그러니 어느 부분은 적당히 포기하고 살아야한다.
내 두리뭉실한 육덕을 지적하는 것,
그중에서도 더욱더 도드라지는 뱃살을 지적하는 것...ㅠㅠ
인터넷에서 보니까 그 예쁜 여자 설수현이도 남편이 몸관리하라고 지적하니까
더 관리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나 역시 남편이 그리 날씬하지 않고, 지적질하지 않으면
저 정도의 몸매 유지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더불어 운동하는 재미도 몰랐을 것이다.
요즘은 밤에 한 시간쯤 걷고서 땀 흘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몸이 나른하고 꾀가 나다가도 이러면 곤란해,하고 나선 길에
맞는 밤바람도 시원하고 몸과 마음이 가뿐하다.
일요일 오후에 산에 오르는 것도 소소한 재미고 행복이다.
나는 작은 것에 만족하는 여자!
이렇게 생각하며 살자고 자꾸만 마음을 다독이며 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