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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제주 - 사려니숲

by 눈부신햇살* 2022. 6. 15.

2022. 6. 5

 

아침에 혹시나 하고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내다봤지만 온통 먹구름이 가득하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씨에 망설이다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도 가는 배를 타러 성산포항으로 가봤다.

멀리 구름에 가린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오르던 초여름 맑은 풍경 속의 그날이 떠오른다.

 

그제 가파도 가는 배를 놓친 후 성산포항에 전화해 우도 가는 배를 예약하려고 했으나

우도 가는 배는 많아서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와봤던 건데 역시나 배는 뜨지 않았다.

우리처럼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왔던 차들이 왔다가 다시 돌아가곤 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에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어 있으려나?

사려니숲에나 갈까?

극심한 가뭄에 모처럼 오는 단비를 넘어선 꿀비인데 우리는 난감하다.

 

 

길옆으로 거대한 삼나무 숲길이 이어질 때 와, 멋지다, 라는 감탄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다.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과 `솔'은 신성한 공간이라는 신의 영역에 있는 산 이름에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라고.

또 사려니는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붉은오름 사려니숲길로 들어서서 오른편을 보니 이런 데크길이 보였다.

10여 년 전 엄마 모시고 왔을 때는 보지 못한 것이다.

무장애 나눔길, 휠체어 타고 지나다니기 쉽게 만든 길인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라 우리들이 다니기에도 더없이 좋다.

 

무장애 나눔길 곳곳에 긴 등받이 의자를 둔 쉼팡(쉼터의 제주도 방언)이 있었는데 찍지 않았나 보다.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쭉쭉 쭉쭉 나란히 나란히...... 얼마나 멋진지!

또 대견하다는 생각은 왜 드는지......

나보다 훨씬 나이 들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일직선으로 곧게 곧게 하늘을 향해 자라난 꺽다리 삼나무들이 빽빽한 숲을 이뤄 장관이다.

눈 돌리는 데마다 이런 풍경인데 그게 싫증 나지 않고 보아도 보아도 감탄스럽다.

 

 

 

 

만세 부르는 데에 재미 들렸나 보다.ㅋㅋ

 

 

 

 

돌 얹으며 빌었던 소원들, 모두 이루셨나요?

 

내 눈엔 저 연보라색 우비가 그렇게나 예쁘다. 나도 한 개 사고 싶다아~

 

비가 오는 데도 사람이 많아서, 비가 오므로 모두들 우리 같이 사려니숲으로 왔나 싶고,

우중의 사려니 숲을 찬찬히 느긋하게 즐기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거리며 본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비 내리고 파도치는 창밖을 내다보며 비행기 시간을 기다린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와서 우산을 확 뒤집어 놓는다.

행여 기상악화로 비행기 결항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스럽게 잘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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